선관위, ‘투표지 저장이미지 공개 못한다’ 밝혀

[정병진 기자] 인천 미추홀구선관위가 “‘투표지 저장이미지’는 비공개 대상 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중앙선관위는 2013년 11월 일부 언론인을 대상으로 오 분류 의혹 해소 차원에서 서울 양천구와 서초구 등 4개 투표구의 이미지 파일을 자진해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투표지 저장이미지는 실물 투표지와 함께 봉인해 보관 중이다”는 등의 이유로 ‘비공개 대상 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하였다.

지난 4.15 총선 지역구 개표 결과 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1, 2위 후보 간 표 차가 전국에서 가장 적은 171표에 불과했다.

1위 윤상현 후보(무소속)는 46,493표를 얻어 46,322표를 얻은 남영희 후보(더불어민주당)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남 후보는 재검표를 추진하려다가 지난달 22일 “지난 20년간 100표 이상의 재검표가 뒤집힌 경우는 없다”라며 재검표 포기를 선언했다.

기자는 박빙 승부였던 인천 미추홀구을 총선 개표에 이상은 없는지 개표상황표를 입수해 살펴보았다.

미추홀구을의 전체 62개 투표구 개표상황표 중에 ‘계수착오’나 ‘심사착오’ 등의 이유로 재확인 대상 투표지 중에 후보자의 표가 수정된 사례는 모두 22건에 달했다.

이 같은 집계 수정으로 윤상현 후보는 11표를 더 얻었고, 남영희 후보는 3표, 안상수 후보(미래통합당)는 6표, 정수영 후보(정의당)는 2표를 각각 더 얻었다.

▲ 용현2동 2투표구 개표상황표 / 재분류 대상 투표지(미분류표) 수정으로 득표수가 크게 변경됐다 ⓒ 정병진

지난 8일, 미추홀구선관위 관리계장은 이처럼 많은 집계 수정이 이루어진 이유에 대해 “개표 당일 재확인 대상 투표지(미분류표: 투표지분류기가 분류에 실패해 ‘재확인 대상’ 포트에 쏟아낸 표)만 대상으로 저희가 재검표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수정하게 된 거다”라고 설명했다.

“재확인 대상 투표지(미분류표)를 재검표 하다가 수정한 경우라 하더라도 수정 사례가 너무 많고, 특히 용현2동 2투는 후보자들 득표수 이동이 심한데 그 이유는 뭔지” 추가로 물어봤다.

관리계장은 “글쎄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하다가 수정된 건지 제가 정확히는 모르겠다. 심사집계부에서 분류기 통과할 때 걸러내지 못한 재확인 대상 투표지를 확인한 결과 이렇게 나온 거다.”라고 말했다.

용현2동 관내 사전투표 개표상황표에는 ‘재분류’라 수기로 기재돼 있다.

재분류란 뭔가 이상이 있어 투표지분류기를 다시 돌려 분류하였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1차 분류한 개표상황표를 없애서는 안 되고 편철하게 돼 있다.

하지만 1차 분류한 개표상황표도 없고 재분류한 이유도 알 수 없어서, 관리계장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 ‘재분류’ 개표상황표 / 개표상황표에 ‘재분류’라 선명히 기재돼 있으나 인천 미추홀구선관위는 ‘재출력’을 ‘재분류’라 착오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 정병진

그는 “이거는 제가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투표지분류기를 다시 돌린 게 아니고 (개표상황표를) 다시 출력했는데 표현을 잘못 쓰신 거더라. ‘재출력’이 맞다”고 해명했다.

“그럼 이전에 1차 출력한 개표상황표는 남아 있는지” 묻자, “없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재출력한 경우에는 그 개표상황표를 편철하라는 편람의 지침은 없다”고 덧붙였다.

용현2동 관내 사전투표 개표상황표를 뭔가 이유가 있어서 ‘재분류’ 아닌 ‘재출력’하였으나 1차 출력한 개표상황표가 남아 있지 않아 그 이유는 알 수 없게 됐다.

미추홀구을 총선 개표 결과를 보면 사전투표에서는 2위 남영희 후보가 1위 윤상현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관외 사전투표의 경우 남 후보는 4,858표, 윤 후보는 2,791표를 얻어 두 후보의 차이는 2,067표나 난다. 또 관내 사전투표도 용현 1.4투와 3투를 제외하면 남 후보가 200~300여 표 앞선 결과를 보인다.

그런데 용현 1.4투에서는 33표, 용현 3투에서는 361표 윤상현 후보가 남 후보를 앞선다.

개표에 아무런 이상은 없었는지 알아보려면 선거 관계 서류 증거보전 신청을 하고,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원의 명령이 없이는 투표함을 열어 재검표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투표지는 투표지분류기를 통과할 때 모두 스캔돼 이미지 파일로 저장되기에 그 투표지이미지 저장 파일을 확인하면 개표의 이상 유무를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다.

▲ 투표지 이미지 공개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2016년 편람 투표지 저장 이미지는 이의제기 및 신뢰성에 대한 의혹제기 등이 있을 때 중앙위원회 판단 아래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2016년) ⓒ 정병진
▲ 투표지 이미지 공개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2016년 편람 / 투표지 저장 이미지는 이의제기 및 신뢰성에 대한 의혹제기 등이 있을 때 중앙위원회 판단 아래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2016년) ⓒ 정병진

중앙선관위는 투표지 저장 이미지를 부정 개표 의혹 해소에 활용해왔다.

가령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는 서울 양천구 목3동 4투, 양재1동 1투 등에서 18대 대선 개표 집계가 10표 이상 잘못됐음이 드러나 안행위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당시 중앙선관위 문상부 사무총장은 그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 뒤 11월 13일, 중앙선관위는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의혹이 제기된 서울 양천구, 서초구, 인천 남동구 등 4개 투표구의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자진해 전격 공개했다.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2014~2016년)에서는 “투표지분류기 저장이미지는 선거일 후 선거소청·소송과 관계없이 중앙위원회에서 폐기지시가 있을 때까지 보관하고, 이의제기 및 신뢰성에 대한 의혹제기 등이 있을 때 중앙위원회가 판단하여 해당 구·시·군위원회에서 공개할 수 있도록 저장매체(USB 등) 보관·관리 철저”라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가 2016년 2월,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해 전국 13개 선거구의 투표지 이미지 파일 정보공개를 요구하자 선관위는 ‘실물 투표지와 동일한 내용이라 공개할 수 없다’며 비공개 처분했다.

공개를 받아내고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아쉽게도 서울고등행정법원은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그 판단을 살펴보면 법원은 “중앙선관위가 2013년 11. 13. 기자증을 지참한 일부 언론인을 대상으로 4개 투표구의 제18대 대선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시현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중앙선관위가 편람에 따라 일부 언론인들에게 제한적으로 공개한 사실을 근거로 “투표지 이미지 파일이 일반에 제한이 없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즉 중앙선관위 판단 아래 일부 기자에게는 공개해도 무방하지만, 일반인에게 공개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기자는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4.15 총선 투표지 이미지 파일에 대한 정보공개가 가능한지 문의해 보았다.

이에 관리계장은 상급 기관에 관련 사실을 문의해 본 뒤 “현재 투표지 이미지 파일은 외장하드에 담아 일반 투표지처럼 위원장 도장으로 봉함·봉인해 보관하는 상태다. 그런 경우에는 정보공개가 안 된다”고 답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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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된 편람 / 중앙선관위는 2020년 편람에서 투표지 저장 이미지 파일은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었다. ⓒ 정병진

실제로 중앙선관위는 올해 발간한 편람에서는 “투표지분류기 저장이미지는 선거일 후 선거소청·소송과 관계없이 중앙위원회에서 폐기지시가 있을 때까지 보관하고, 이의제기 및 신뢰성에 대한 의혹제기 등이 있을 때 중앙위원회가 판단하여 해당 구·시·군위원회에서 공개할 수 있도록 저장매체(USB 등) 보관·관리 철저”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투표지 이미지는 해당 선거의 투표지 폐기 시 함께 폐기 ※투표지이미지는 정보공개청구대상이 아니므로 비공개 처리함”이라고 지침을 바꿨음이 확인됐다.

선관위는 투표지 이미지 저장 파일을 매번 공직선거 때마다 생산한다. 그러면서도 이를 ‘비공개 정보대상’이라며 소송을 통한 법원 판결에 의해서만 공개가 가능하게 해 둔 것이다.

하지만 투표지 이미지 저장 파일을 “실물 투표지와 다름없는 정보로 취급하라”는 명시적 법령이나 선관위의 규칙은 아직 없는 상태다. 편람 내용은 ‘지침’이기에 중앙선관위가 원한다면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투표지 이미지 파일과 실물 투표지를 대조해 검증하면 최근 떠도는 사전투표 조작에 대한 온갖 의혹과 억측을 상당 부분 잠재울 수 있다.

실물 투표지 공개는 소송을 통해서만 검증이 가능하기에, 선관위는 투표지 이미지 파일이라도 지침을 바꿔 적극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굳이 비공개 정보 대상으로 지정 · 보관하도록 지침을 고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선관위가 개표 결과에 대한 의혹 해소에 이전보다 더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투명한 정보공개 없는 선관위의 비밀주의는 온갖 개표조작 의혹과 음모론을 낳을 뿐이다.

정병진 기자 naz77@hanmail.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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