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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기관 사무총장의 인사 청탁….’사실이면 잘못된 일’

박근혜 시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정호성 비서관에게 인사 청탁

▲ 국정감사에 나와 답변하는 김용희 A-WEB 사무총장 / 2018년 10월 16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김영우 의원(자유한국당) 질의에 답변 중인 김용희 A-WEB(세계선거기관협의회) 사무총장ⓒ 국회TV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5년 11월 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당시 정호성 대통령비서실 부속 비서관에게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일하게 해 달라”는 취지의 인사 청탁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공직선거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중앙선관위 사무처 총괄 수장이 보낸 인사 청탁 문자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는 4월 16일에 (“한 번만 총대 메 줘… VIP께 보고됐나” 문고리 정호성에 매달린 청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2015년 11월 12일 선관위 고위 간부가 정호성 비서관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인사 청탁 문자를 보냈다.

“선관위 간부를 상임위원으로 한다는 것은 야당이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카드입니다. 선관위에서 좀 더 봉직할 기회를 주십시오.”

보도 당일 이 기사를 쓴 강철원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해당 중앙선관위 고위 간부가 누군지 문의했다. 강 기자는 문자를 보낸 사람이 당시 중앙선관위 김용희 사무총장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인사 청탁에도 불구하고 김 전 사무총장은 ‘상임위원’에 임명되지 못했다. 그는 문상부 상임위원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시점에 다시 상임위원 후보로 올랐으나, 콩고민주공화국에 전자투표기를 수출한 국내 한 업체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끝내 지명받지 못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0월 사이 박근혜 정권 당시 정호성 비서관에게 인사 청탁 문자를 보낸 사람은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용희 전 사무총장의 문자는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의 현직 사무총장이 청와대 비서관에게 보낸 인사 청탁 문자라는 사실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중앙선관위가 늘 자부하는 ‘공정하고 엄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 훼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상 독립 기관이고 ‘엄정중립’과 ‘공명정대’를 조직의 토대로 삼는다. 한데 김 전 사무총장의 인사 청탁 문자는 선관위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장관급 사무총장이 당시 박근혜 정권 청와대와 밀착돼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9명의 위원 중에 장관급 상근직이며 ‘위원장을 보좌하고 그 명을 받아 소속 사무처의 사무를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법령상 위원 중에서 1명을 호선하게 돼 있고 임기가 6년이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 중 한 명을 상임위원으로 선임했다.

기자는 김용희 전 사무총장의 인사 청탁 의혹에 대해 중앙선관위에 감찰을 요구했다. 이에 중앙선관위 감사과는 “언론에서 제기한 정호성 비서관 인사청탁 문제는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사항”이며 “김용희 씨는 현재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이라 관련 사실을 조사·확인할 권한이 없다”고 4월 17일 답했다.

현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채용·승진·전보 등 공직자 등의 인사에 관하여 법령을 위반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제5조 부정청탁의 금지).

이를 어기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은 2015년 3월 제정돼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했기에 김 전 사무총장의 인사 청탁이 사실이라도 처벌 대상은 아니다.

김용희 전 사무총장의 인사 청탁 문자에 대해 중앙선관위 한 간부는 4월 18일 기자와 통화에서 “사실이라면 부적절하고 잘못된 일이다”면서도 “상임위원 자리는 현직이든 외부로 나가 있는 인사이든 간에 줄을 대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용희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12년 중앙선관위 선거 실장, 2012년 12월 21일부터 2014년 11월 20일까지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2014년 11월 21일~2016년 11월 20일까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2013년 10월 출범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정병진 기자 naz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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