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호남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 당선? 남은 의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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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외에선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관내에선 새누리당 이정현 승?

2016년 4월 13일 치른 20대 총선 순천의 개표 결과 관외 사전투표, 거소투표, 선상투표, 재외투표에선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가 모두 앞섰지만 관내 사전투표와 일반투표에선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압승해 그 배경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의문을 풀고자 여론조사 결과와 개표 자료 등을 검토하고 관련 여론조사 기관과 순천선관위를 취재해 보았다.

순천, 곡성지역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7.30 재보궐선거 때 당선돼 “호남의 첫 여당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기염을 토한 곳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재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이정현 후보의 출신지인 ‘곡성지역’이 떨어져 나가고 순천이 단일 선거구가 되면서 이 후보의 재선이 불투명해졌다.

순천시장을 역임한 노관규 씨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뽑힌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정현 후보는 노 후보에게 계속 뒤졌다. 노관규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이정현 후보를 앞지르면서 순천지역 20대 총선에서는 노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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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후보자별 득표 현황 / 거소, 선상, 재외, 관외 사전투표에서 노관규 후보가 앞섰다. ⓒ 정병진

광주 KBS가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2016년 4월 1~3일까지 벌인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후보는 26%, 노관규 후보는 48.1%로 나타났고, MBC 방송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4월 1~2일간 조사한 결과는 이정현 후보 30.4%, 노관규 후보 39.3%를 보여 22.1%~8.9% 노 후보가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하지만 순천투데이(전남리서치연구소)가 4월 5~6일간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정현 후보 38.2%, 노관규 후보 35.1%로 나타나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노 후보 측은 크게 긴장하였다.

개표 결과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66,981표(44.54%)를 얻어 58,740표(39.06%)를 얻은 더불어민주당 노관규 후보를 8,241표 차(5.48% 차이)로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노관규 후보가 실재 개표에서는 크게 뒤진 이변이 일어났다. 어찌 된 일일까?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순천의 투표구별 개표상황 자료와 정보공개로 받은 개표록, 개표상황표 등을 검토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다소 의외인 두 가지 사실을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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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관규 후보가 앞선 순천 황전 1투ⓒ 정병진

먼저 노관규 후보는 거소 및 선상투, 관외 사전투, 국외 부재자투에서 5,825표를 얻어 3,920표를 얻은 이정현 후보를 1,905표 차이로 앞섰다. 반면 관내 사전투표와 일반투표에서는 정반대로 52,409표를 얻어 62,101표를 얻은 이정현 후보에게 9,692표 차로 뒤진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로 황전면1투(이정현 253표, 노관규 311표), 황전면2투(이정현 243표, 노관규 272표)의 일반투표에서는 노관규 후보가 모두 앞섰다.

그런데 황전면 관내 사전투표에서는 이정현 후보 223표, 노관규 후보 213표가 나와 이정현 후보가 10매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면민이 불과 며칠 사이에 사전투표와 일반투표에서 각각 투표하였는데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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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후보가 이긴 순천 황전면 관내 사전 투표 개표상황표 ⓒ 정병진

이에 대해 순천선관위의 한 직원은 “노 후보가 관내 사전투표와 일반투표에서 크게 뒤졌으면서도 거소 및 선상투표, 관외 사전 투표, 국외 부재자투표에서 앞선 것을 놓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바깥에서는 순천 바닥 민심을 잘 모를 수 있으니 바닥 민심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하였다.

황전면투표구의 일반투표와 사전투표 결과의 상반된 결과에 대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하였다. “다만 이정현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임을 크게 내세우지 않고 일찍부터 마을들을 돌며 친서민 행보로 주민들과 만나 소통한 결과가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순천 관내와 관외의 민심 차이라면 관내에 속한 ‘거소투표’의 경우 개표 결과는 그 설명이 맞지 않는다. 황전면의 상반된 개표 결과에 대한 의문도 명쾌히 해결되진 않았다. 순천선관위 직원에 의하면 개표 과정에서 크게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투표지분류기의 미분류율이 높게 나와 A/S를 위해 현장에 나와 있던 ㈜미루시스템즈 직원에게 그 원인을 물어본 적은 있단다. 그에게서 “선거 당일에 비가 내렸기에 습도나 빛 등 여러 요인으로 미분류율이 높아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순천 총선의 개표상황표를 살펴보면 낙안면 관내 사전투표의 경우 투표수 539표 중에 미분류표가 175매(32.4%)가 나오는 등 여러 투표구에서 미분류율이 매우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한편 순천투데이(전남리서치연구소)의 여론조사를 담당한 모 기자는 29일 통화에서 순천 총선의 이변을 대략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순천은 무소속 시장을 내리 세 차례나 배출하였고 통합진보당의 김선동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두 차례나 뽑았다. 이처럼 조직력을 갖춘 기득권 야당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크고 정당을 가리지 않으며 특히 친서민 행보의 후보를 선호하는 특성이 있다.

거대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표본 인원이 적고(500명), 조사 시간도 주로 오전에 몰려 있어 이에 대비한 후보 캠프의 조직적인 단기 착신 전화 설치 의혹이 이는 등 맹점이 있었다. 순천투데이는 이런 맹점을 피해 표본대상을 일부러 더 많이 잡았고(1,000명), 조사시간대도 달리하였다.

이정현 후보는 일찍부터 마을회관들을 돌며 주민들과 접촉을 넓혔던 반면 노관규 후보는 검사 출신이라 그런지 시장 재직시절부터 이번 선거 과정에 이르기까지 고소·고발을 남발해 지역민의 반발과 피로감이 적지 않았다.

노 후보가 거의 유일하게 이긴 낙안에선 작목반을 중심으로 노 후보에 대한 조직적인 지지가 있었고 황전면투표구에서는 그곳 출신 시의원이 선거 기간에 “새누리당 후보만큼은 안 된다.”는 사실을 많이 강조했다.

순천투데이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정현 후보의 소탈한 친서민 선거운동 방식과 순천 발전을 위한 그의 성실한 의정활동이 지역 민심을 크게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개표 당시에 모든 부스가 신형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했음에도 미분류 표가 지나치게 높게 나온 점이나 황전면투표구 등 일부 지역의 이상 현상 등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병진 기자 naz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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