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박근혜 18대 대통령선거 선거무효소송 재심사건 1년 넘게 논의 중?

 

서종범 변호사, 대법원의 의도적 재판 지연이라면 ‘직무유기’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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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대통령선거 선거무효확인의 소(2017재수88) ⓒ 정병진

대법원이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확인의 소'(2017재수88) 재심 사건을 1년 넘게 심리조차 열지 않은 채 ‘쟁점에 관한 재판부 논의 중’ 상태에 있음이 8일 확인됐다.

대법원 행정처는 이 사건의 재판 지연 사유에 관해 묻는 민원 서면질의에 “법원(재판부) 또는 사건에 따라 일반적인 경우보다 오랜 시일이 걸리는 때가 있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최종 선고까지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이 더 지연될 수 있음을 내비친 답변이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제225조)에 따른 ‘선거무효소송’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는 지적이다.

18대 대선이 끝난 지 보름이 지난 2013년 1월 4일, 한영수 씨 등 시민 6천여 명은 대법원에 ‘제18대 대통령선거 선거무효확인의 소'(2013수18)를 제기하였다. 국정원과 경찰청의 선거개입, 전자개표기의 불법 사용, 수작업 개표 누락, 새누리당의 불법 선거사무소 개소(윤정훈 목사의 십알단), 새누리당 의원들의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관련 허위사실 유포 등이 주요 쟁점이다.

선거 결과에 이의가 있는 선거인은 공직선거법 규정에 의거 ‘선거소청’이나 ‘선거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의 경우는 대법원에 사건을 접수하게 돼 있고, 대법원은 사건 접수 ‘180일 이내’에 ‘다른 건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데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대법원 특별2부는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확인의 소(2013수18) 사건의 심리를 4년 4개월 가까이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박근혜 씨가 탄핵당한 직후인 2017년 4월 27일에야 ‘재판으로 구할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사건의 대표원고인 한영수, 김필원 씨는 2017년 5월 26일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대법원 특별1부가 이 사건을 맡아, 같은 달 31일에 상고 이유 등 법리 검토를 하였다. 대법원은 9월 27일로 심리불속행 시한 4개월을 넘겼고(심리불속행 기간 도과), 이 사건을 본안 심리를 거쳐 결정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

심리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12월 6일 ‘쟁점에 관한 재판부 논의 중’이란 문구 이후, 2018년 8월 현재까지 더 이상 아무런 진행 상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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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행정처의 회신 /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확인의 소 재심 사건 지연 이유에 대한 법원 행정처의 회신 ⓒ 정병진

기자는 대법원이 5년 7개월 넘도록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확인의 소'(2017재수88) 결정을 내리지 않고 심리 기일조차 잡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고자 지난 7월 6일 대법원 행정처에 서면 질의하였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은 국민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법원(재판부) 또는 사건에 따라 일반적인 경우보다 오랜 시일이 걸리는 때가 있음을 양해하여 주기를 바란다.”고 회신(18. 8. 2)하였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제27조 3항)하고, 공직선거법(제225조 소송 등의 처리)에는 “선거 쟁송은 다른 소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고 법원은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민사소송법(제199조)도 “판결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5월 이내에 선고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18대 대통령선거 무효소송을 19대 대통령이 임기 1년을 넘기기까지 결론을 내지 않은 채 뚜렷한 사유 없이 지연하면서도 “법원과 사건에 따라 일반적인 경우보다 오랜 시일이 걸리는 때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는 3일 <법률저널>에 기고한 ‘대법원의 직무유기와 그 책임’이란 글에서 대법원의 18대 대선선거무효소송 기각에 대해 언급하며 “(박근혜 씨의) 탄핵이 없었다면 다음 대통령선거까지 미루다가 그때 가서 이미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역시 소의 이익이 없다고 각하했을지 모를 일이다”며, “대법원의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재판 거래와 관련한 사법부 문건들에서 보듯이 대법원이 의도적으로 재판을 늦춘 거로 보이는 사건들이 있다”며, “법원이 자신들의 이익이나 다른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늦췄다면 이전과 다르게 직무유기 해당이 가능해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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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행정처 사법 농단 문건 /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동향보고 중 일부ⓒ 정병진

한편 대법원이 선거무효 소송 판결을 5년 넘게 지연한 전례는 없다. 

또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 행정처의 판사 사찰 문건 관련 추가조사위가 지난 1월 22일 공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보고’ 자료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이 “이미 제기된 ‘제18대 대선무효확인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발상을 전환하면 이제 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음”이라 언급한다.

이는 제18대 대선무효확인 소송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주요 사건 중의 하나임을 보여준다.

 

정병진 기자 naz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