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시장’ 슬로건 유감, ‘시장’이라면 시장답게 직무에 충실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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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목양실(목사의 집무실)에 “예수님은 담임목사, 아무개는 부목사”라는 글귀를 큼지막이 써 놓은 목사가 있었다고 한다.

목양실에 들렀다가 이 표어를 본 어느 교인이 “목사님, 저거 떼십시오. 목사님이 우리 교회 담임목사인 거는 다 아는 사실인데 왜 거짓말하십니까?”라고 직언을 했다. 하지만 그 목사는 목양실에 내건 표어를 끝내 떼지 않더란다.

이 교인은 “평소 성도들의 말은 귓등으로 들으면서 ‘예수님은 담임목사, 아무개는 부목사’란 슬로건만 앞세워 겸손한 척 해봐야 요즘 세상에 그런 건 안 통한다.”고 말했다. 맞다. 낯간지러운 표어놀음은 그쳐야 한다. 거창한 구호가 아닌 진정어린 작은 행동에 사람들은 더 감동한다.

요즘 여러 지자체가 ‘소통’을 강조하며 “시민이 시장”이라는 표어를 앞다퉈 내거는 모양이다. 내가 사는 여수시도 그랬다. 헌법상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듯, ‘시민이 시장’이란 말도 틀린 건 아니다.

각 지자체의 주인은 시민들이다. 그러니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시의 주인으로, 혹은 시장으로 알고 늘 낮은 자세로 섬기겠다.”는 지자체 단체장들의 결심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하나 ‘소통과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나 슬로건 따위로 달성되는 게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자신이 분명 ‘시장’임에도 괜히 딴청 피우며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해선 안 된다. 그저 맡은 바 시장의 직무에 충실할 일이다.

시민들은 그걸 바라지 ‘시민이 시장’이란 슬로건 따위엔 그리 공감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시장으로 뽑아줬으면 늘 시민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묵묵히 시장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라. 시민들은 ‘시장다운 시장’을 원하지 ‘시민이 시장’이란 표어를 바라는 게 아니다.

 

정병진 기자 / naz77@hanmail.net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과 <오마이뉴스>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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