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개표, 부정 사용된 투표지 수백 장 나왔다.

선관위는 투표지 유·무효 효력에 영향 없다며 개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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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표소에서 떼어낸 투표지 일련번호 / 6.13 지방선거 개표소에서는 투표할 때 반드시 떼어내어야 하는 투표지 일련번호지가 투표함 투표지에서 수백장 나왔다. ⓒ 이완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인천남구선관위 개표소에서는 투표지 일련번호가 붙어있는 투표지 수백 장이 나왔다. 투표지에 붙은 일련번호는 반드시 절취한 뒤 유권자에게 주어 투표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어 투표함에서 나오면 안 된다.

공직선거법 제157조(투표용지수령 및 기표절차) ②투표관리관은 선거일에 선거인에게 투표용지를 교부하는 때에는 사인날인란에 사인을 날인한 후 선거인이 보는 앞에서 일련번호지를 떼어서 교부하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 개표소에 반입된 투표지에 일련번호가 붙어있으면 투표소에서 일련번호를 절취하지 않은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었다는 것이므로 공직선거법 제157조 ②항 위반이다.

기자는 지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때 선거권자 개표참관인 자격으로 개표참관을 했다. 기자가 개표를 참관하던 13일 밤 11시경, 투표지정리부 단계의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지에 붙은 일련번호지를 떼어 바닥에 버리는 걸 보게 되었다. 투표지정리부는 개표소에 반입된 투표함을 개함하여 투표지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개표의 첫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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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표소에서 나온 투표지 일련번호지 / 6.13 지방선거 인천 남구 선관위 개표소 투표지 정리부 바닥에 투표지 일련번호지가 굴러다닌다. 투표함에서 꺼낸 투표지에 이런 일련번호지가 붙어있으면 안 된다.ⓒ 이완규

투표지 일련번호는 반드시 투표용지 교부시 절취하도록 공직선거법에 규정하고 있는바, 이날 개표를 관리하던 남구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에게 이의제기를 했다. 하지만 선관위 직원은 일련번호가 붙은 투표지는 개표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므로 이의제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후 투표를 할 때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나눠줄 때 일련번호를 절취하도록 투표관리관에 대한 교육을 하겠다고만 말했다.

이에 기자가 재차 법에는 분명히 일련번호를 떼고 투표하게 되어있는데 이의제기를 받지 않고 개표를 할 수 있다고 하느냐고 되묻자, 선관위 직원은 “투표소에서 투표 관리하는 분들이 실수로 일련번호를 떼지 않고 투표지를 건넨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일련번호는 붙어있으나 투표지는 정상적으로 발급된 것으로 보아 개표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일 개표소 현장에서 나온 투표지 일련번호는 수백장에 이른다. 이를 단순히 투표용지를 발급 사무원의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이에 기자가 법에는 분명히 일련번호를 떼고 투표지를 제공하게 되어 있는데, 이렇게 수백장 씩 나오면 단순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일련번호가 붙은 투표지를 누군가 고의로 투표함에 넣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누군가 고의로 투표수 증감행위를 했는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투표용지를 다르게 발급하고 부정 사용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249조(투표위조 또는 증감죄)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 제249조 ① 투표를 위조하거나 그 수를 증감한 자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직원 또는 선거사무에 관계있는 공무원(투표사무원·사전투표사무원과 개표사무원을 포함한다)이나 종사원이 제1항에 규정된 행위를 한 때에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러자 선관위 직원은 “지방선거는 여러 7개 선거가 동시에 진행되므로 투표수가 많고,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 발급수를 잔여투표용지 일련번호를 갖고 확인하므로 투표지 부정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관위 직원의 말처럼 현재 투표지 발급 수량을 적는 방식으로는 투표지가 부정 발급되었다고 해도 확인이 어렵다. 실제로 6.13일 지방선거 투표일에 기자가 찾은 투표소(인천 남구 용현3동)에서는 기자 바로 앞 유권자가 자신에게 “같은 투표지가 두 장 지급되었다며 기표소에서 들고나와 바꿔 달라”라고 했고, 투표지 발급 사무원이 다른 투표지로 바꿔주는 일도 있었다. 만일 그 유권자가 동일 선거 투표지 두 장을 부정 사용 해 투표수를 증감했다고 해도 확인이 안 된다.

2016년 4.13 국회의원선거 투표 때도 투표참관인의 제보로 관련 기사를 쓴 일이 있다.

‘인천, 한 사람에게 ‘국회의원 투표용지’ 2장 발급 소동’ http://omn.kr/jcqq

지금처럼 개표소에서 일련번호가 붙은 투표지가 나온다면 분명히 투표소에서 투표함에 투입된 투표지 매수와 그 투표지에서 떼어낸 일련번호 절취 수량은 다르다. 떼어진 일련번호지 매수는 투표함에 든 투표지 수량보다 반드시 적게 된다.

투표소에서는 투표지에서 떼어낸 일련번호 절취부 매수로 투표용지 발급 수량을 세지 않는다. 또한 투표 당일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유권자 수와 투표수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없다. 투표소에서 투표수는 투표용지를 나눠주고 남은 투표용지(잔여투표지)에 기록된 일련번호를 역으로 계산해 적는다.

그러니 사실 투표함에 든 투표지는 그날 몇 사람의 유권자가 행한 투표지인지 불특정해진다. 그리고 이후 절취된 일련번호 매수와 투표함에 든 투표수를 맞춰보지도 않으므로, 누군가 한 선거의 투표지를 여러 장 받아 투표부정을 저질러도 찾아낼 수가 없다.

이날 개표소 인천 남구선관위 직원은 “일련번호가 붙어있는 상태로 투표를 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하지만 투표소 투표관리관이나 투표지를 나눠주는 투표사무원에게 일련번호를 떼고 투표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교육을 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앞으로 철저히 교육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가 투표지 일련번호 제도는 결국 투표지 부정 발급을 막기 위함인데, 일련번호를 잔여투표용지를 확인하는 정도로 활용할 거면 차라리 법 조항을 없애 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자 선관위 직원은 “바라는 바다. 국회에서 일련번호 관련 규정을 개정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완규 기자 bkest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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