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개표조작 의혹 파문, 한국산 전자투개표기 사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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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총선에 사용된 전자투개표기. 오른쪽 위에 꽂힌 카드를 보면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로고와 명칭이 적혀 있다. ⓒ 정병진

지난 12일 치른 이라크 총선 결과에 대한 전자 개표조작 의혹이 크게 일면서 이라크 의회가 재외국민 투표(미국, 독일, 스웨덴, 영국, 요르단, 터키)와 국내 난민촌(안바르, 살라후딘, 니느붸, 디얄라 주)의 투표 결과를 무효화하고 투표의 10%를 수작업 재검표하라고 선관위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라크 총리는 개표조작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지시하였다. 이라크 총선에서 쓰인 전자 투개표기가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수출한 선거 장비라, 조사 결과에 따라 그 책임론이 한국으로 번질지도 모를 상황이다.

외신들(이라크 쿠르드계 매체 ‘루다우(Rudaw)’와 ‘프레스tv(presstv),’ 중동전문매체 ‘알-모니터(Al-monitor),’ 미국의 소리방송(VOA), 비즈니스 스탠다드(BS)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라크 의회는 전자 투개표 방식으로 치른 총선 이후 대다수 정당을 중심으로 개표조작 의혹이 확산하자 이를 불식하고자 28일 긴급 의회를 소집해 재외 국민 투표와 국내 난민촌의 투표 결과를 무효화하고 전체 투표지의 10%를 수작업 재검표하기로 결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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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 전자투개표기 / 이라크 총선에 쓰인 전자투개표기
ⓒ 미국의 소리방송(VOA) 영상 캡처

또 의회는, 수작업 재검표와 전자개표 결과가 25% 이상 차이가 있으면 이라크 전국의 투표함을 재검표로 하기로 하였다.

이어 각 정당들에 투표지의 전자적 사본(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제공하기로 하고 이라크 선관위 위원들에 대해서는 사임을 촉구하였다. 하드디스크 교체가 의심스러운 키르쿠크 투표소와 분쟁지역 중에 투표 결과가 무효화된 곳은 재검표를 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결의안은 전체 의원 329명 중에서 165명 의원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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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스tv의 이라크 의회 결정 보도 / 이라크 의회가 재외 투표의 결과를 무효화하기로 했다는 프레스tv 보도
ⓒ 프레스tv 화면 캡처

알-모니터는 법률 분석가 알리 자베르(Ali Jaber) 말을 인용해, “개표 결과가 조작됐음이 입증되면 이라크 의회는 현재의 선관위를 해산하고 선거 결과를 무효화할 권한이 있다”고 보도하였다.

하지만 이라크 독립 고등 선거관리위원회((Iraqi Independent High Electoral Commission(IHEC), 아래, 고등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정부나 의회의 재검표, 재선거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바그다드, 안 바르, 니네베, 키르쿠크, 살라후딘주 등 5개주의 103개 투표소에 대해서는 방해(sabotage)와 조작 의혹 때문에 개표 결과를 무효 처리하였다.

이라크 고등선관위(IHEC)의 9명 위원 중 한 명인 사이드 카케이(Saeed kakei)는 유일하게 고등선관위와는 다른 주장을 펴는 중이다. 그는 지난 총선의 전자개표 결과의 무효화와 수작업 개표에 동의한다.

개표조작 의혹이 일자 전체 투표함의 25%나 5%를 수작업 개표해 진위를 가리자고 선관위에 요구했으나 동료들에게 거절당했다 밝혔다. 그는 고등선관위가 새로 도입한 전자개표기의 실패 가능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재검표를 수용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전자 개표의 결과가 부정확할 경우 선관위는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 뒤, 이라크 고등 선관위가 작년 4월 한국의 업체 (주)미루시스템즈와 맺은 계약서에 의하면 “기기의 오작동과 장애(interference)가 확인되면 회사에 그 책임 있다”며, 한국 업체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또 19일 자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6개 주에서 이중 체크한 결과는 본래의 계산과 맞지 않았고 최악의 경우 12~63%까지 차이가 났다”는 주장도 하였다.

이라크 총리 하이데르 알 아바디는 이라크 총선에서 불법 혐의가 있는 투표 결과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위해 특별위원회 구성을 지시하였다. 총리는 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명하고 성명을 통해 “해커들이 선거 결과를 조작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라크 국가정보총국(DGS)은 총선에 쓰인 전자 투개표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함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수니파 전국연합 지도자 아야드 알와이 전임 총리도 그의 당이 21석을 얻었지만 개표 결과에 회의적이다. 그는 난민과 재외국민 투표를 의심하고 그 결과를 무효화하도록 요청하였다. 그는 경합을 이룬 지역의 수작업 개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라크 연방최고 법원은 선거 무효 가처분 신청 기각하였으며, 최종 개표 결과를 2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다. 고등선관위는 5월 18일 개표 결과를 발표하였지만 연방최고 법원이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 않음으로써 그 법적 효력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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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WEB의 선거장비 지원 내역 / 중앙선관위 ODA 사업에 따른 A-WEB의 해외 선거장비 지원 내역
ⓒ 정병진

한편 한국의 중앙선관위는 A-WEB(세계선거기관협의회) 사무총장 K씨가 중앙선관위의 ODA(해외개발원조)사업을 맡아 진행하면서 (주)미루시스템즈가 여러 나라 사업 수주를 할 수 있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혐의를 포착하고 그를 “입찰방해, 업무상 배임 및 보조금 관리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하여 인천지검 수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