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총선 때는 한 선상투표, 공직선거법 개정 안 해 6.13 지방선거 땐 못한다

“단 한 명이라도 헌법상 보장된 선거권 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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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상투표 절차 중앙선관위의 선상투표 절차 안내문 
ⓒ 중앙선관위 통합자료실

원양어선(혹은 외항 여객선, 외항 화물선, 외국 선박 승선 (예정)선원)을 타고 나가 있는 선원들은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이 ‘대통령 선거’와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에서만 선상투표를 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국내 거주자에게만 부재자신고를 허용하는 것이 국외 거주자의 선거권·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2007년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음에도 여태 관련 법령 개정이 안 이뤄진 탓이다. 

선상투표는 선거권을 가진 국민이지만 선박을 타고 장기간 멀리 나가 있어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선원들의 선거권을 보장하고자 2012년 18대 대선에서 처음 도입된 투표제도다.

원양업계 선원들은 2005년 8월, 선원들을 부재자 신고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신고 공직선거법의 부재자 신고 및 부재자 투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여 관련 선거법 조항을 고치라고 ‘헌법 불합치 판결'(2007.6)을 내림으로써 선원들의 선상투표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상투표 신고권자를 “대통령선거와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에서 선거인 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한다(제38조 2항). 지방선거에 관한 규정은 없어 선원들은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 등의 선거에 참여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인 선거권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의 의원은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5월 4일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해당 조항(제38조 2항)을 “대통령선거와 임기만료에 따른 국회의원선거 또는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서 선거인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수정한 내용이다. 

선상투표가 처음 실시된 18대 대선 당시 선상투표 신고인은 7060명이었고, 19대 대선의 선상투표자는 4090명이다.

19대 대선의 전체 투표자가 3280만7908명이었음을 고려할 때 선상투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0.012% 정도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대통령선거와 총선에선 선상투표가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긴 힘들다. 하지만 불과 몇 표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기도 하는 지방선거라면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연히 포함해야 할 ‘지방선거’가 해당 법령에서 누락된 걸로 보인다.

이 법령을 대표 발의한 위성곤 의원실 관계자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선상투표는 선상에서 투표가 이루어지기에 선거의 중립성, 비밀성 등의 확보가 힘들다는 우려로 도입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판결이 있었고 단 한 명이라도 헌법상 보장된 선거권을 충분히 누려야 하기에 도입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선원들이 몇 명이든지 간에 지방선거에서도 마땅히 누려야 할 이분들의 선거권을 보장하려면 법령 개정이 필요해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송수신 흐름도 선상투표용지 송수신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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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수신 흐름도 선상투표용지 송수신 흐름도 
ⓒ 중앙선관위 안내 자료

한편, 선상투표는 선장이 선원 중 한 명의 입회인을 둔 상태에서 선상에 투표소를 마련하고 선거인 확인을 절차를 거쳐 실드 팩스(투표지 기표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압착 봉인해 전송하는 팩스)를 이용해 투표하는 방식이다.

선관위 관계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 관리하지 않는 상태로 선박에서 투표가 진행되기에 투표 부정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한 선관위 관계자는 “선장의 ‘매수 및 이해 유도’ 등으로 부정 투표가 드러난 경우, 엄한 처벌(7년 이하의 징역)을 받기에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