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박근혜 대선 ‘투표지 이미지 파일’ 정보공개할 수 없다 판결

▲ 개표소 제어용PC 화면에 보이는 투표지 이미지 ⓒ 정병진

대법원 제1부가 지난 2월 8일, 18대 대선 투표지 이미지 파일에 대한 선관위의 정보비공개 결정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2017두65807)을 기각했다.

이로써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을 선거 관련 서류(개표상황표, 개표록, 투표록 등)와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대조해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이번 판결은 공직선거 개표 때마다 선관위가 생산하는 투표지 이미지 파일에 대한 정보공개를 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라, 앞으로 시민들은 개표부정 의혹이 생겼을 때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정보공개 청구해 받아볼 수 없다.

기자는 2016년 2월,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이 큰 서울 강남구, 양천구 등 전국 14개 선관위가 보유한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공개하라고 정보공개청구하였다. 중앙선관위가 2013년 11월 13일 과천 본청에서 18대 대선 개표 결과 10매 이상 혼표가 발생한 서울 양천구와 서초구 등 4개 투표구의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공개한 바 있고, 2016년 <공직선거절차사무편람>에서 “이의제기 및 신뢰성에 대한 의혹제기가 있을 때 중앙위원회가 판단하여 구·시·군 위원회에서(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공개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음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의 투표지 이미지는 실물 투표지와 함께 봉인하여 보관하고 있으며 선거소청이나 선거소송이 제기된 경우 등에 증거조사를 위해 예외적으로 봉인을 해제하고 열람할 수 있다”며 비공개 처리하였다.

“개정 편람에서 투표지 이미지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선거 종료후 개표결과와 관련하여 불필요한 의혹이 확산되거나 이의제기 등이 발생해 특별히 공개할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거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투표지 이미지 스캔 파일 공개를 금지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고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이 계속되고 있으므로 이런 의혹 해소를 위해 공개해 달라고 이의제기를 하였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투표지 이미지는 실물 투표지를 그대로 스캔한 것이므로 실물 투표지와 동일하게 봉인하여 보관하고 있다”며 2016년 3월 4일 이의신청 기각 결정을 통지하였다.

수긍할 수 없어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16. 3. 7).공직선거법에 투표지 이미지 파일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음에도 이 파일을 투표지와 동일한 비공개 대상정보(정보공개법 9조 1호)라며 공개하지 않는 건 부당함을 피력하였다.

또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 투표지 이미지 파일에 대해 조사가 법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의 회신(13. 11. 22)에서 중앙선관위가 “공직선거법상 투표지 이미지 파일 관련 규정 없음”이라 한 사실도 환기시켰다.

하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청구를 기각(16. 6. 3)하면서 그 이유를 “투표지 이미지 파일은 투표지를 원본 그대로 스캔한 이미지”이고, “원본 투표지에 준하여 봉인, 보관하고 있는 정보로서 원칙적으로 법원의 증거 조사 등에 의해서만 공개될 수 있는 비공개대상정보(정보공개법 9조 제1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향법(대표 심재환)의 도움을 받아 2016년 7월 27일,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사건번호 2016구합 70383). 피고(중앙선관위) 주장의 부당성에 대해 원고는, 공직선거법(184조)이 투표지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지 않는 사실, 실제 투표지와 투표지 스캔파일은 동일한 정보가 아니라는 점, 피고 스스로 투표지 스캔 파일이 공개 가능한 정보임을 전제로 공직선거 절차 사무편람을 작성한 점, 투표지 스캔파일 공개가 공익에 부합한 점을 지적하였다.

▲ 투표지분류기와 투표지 바구니 ⓒ 정병진

피고(중앙선관위)는 정보비공개 결정 사유와 행정심판 당시 변론을 되풀이하며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반론을 폈다.

2013년 11월 13일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했던 개표과정 설명회는 “당시 일부 언론에서 제18대 대선 투표지 오분류 문제를 제기한 상황에서 추가의혹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자증을 지참한 언론인에 한하여 출입을 허용하고 일반인은 출입을 제한한 상태에서 개표과정 전반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10표 이상 계수불일치 4개 투표구의 이미지파일을 시현한 것일 뿐, 적극적으로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공개한 것이 아니다”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공개하면 선거가 종료된 후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근거 없는 개표부정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투표지 이미지가 제한 없이 공개돼 선거질서 문란, 국정 혼란 등이 불가피하다.”

1심 재판부(재판장 김국현)는 2017년 4월 7일 판결에서 피고측(중앙선관위)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공직선거법) 제184조가 투표지를 포장하여 봉인할 것을 정한 것은 투표지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비공개 정보임을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투표지 이미지 스캔 파일은 투표지를 그대로 스캔한 것으로서 “규범적인 의미에서 투표지와 동일한 정보로 보아야 한다.”며 기각 판결하였다.

항소하였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여상훈, 판사 견종철, 장철익)도2017년 10월 19일 이 사건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판단은 1심과 대동소이하였다. 다만 한 가지 중앙선관위가 2013년 11월 13일 일부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18대 대선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공개한 것은 편람에 근거해 하였으니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한편 2심 재판 과정에서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투표지와 함께 봉인해 보관 중”이라던 그동안 피고(중앙선관위)의 주장과 달리, 각 선관위마다 “투표지 이미지 파일은 실물 투표지와는 별도의 장소인 선관위 금고에 USB, CD, 혹은 외장하드에 담아 보관” 중임이 정보공개로 드러났다.

피고는 원고의 정보공개 청구(17. 6. 19)에 대한 답변에서 “‘투표지 이미지 파일’은 ‘공공기록물에 해당하지 않음”이라고 답변함으로써 자신들의 주장을 스스로 뒤집기도 하였다. 18대 대선 개표부정 의혹을 다룬 영화 <더 플랜>, <멘붕의 시대> 등이 개봉해 관련 의혹이 더욱 증폭되기도 하였다.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재판부의 재고를 요청하였지만, 2심 고등법원은 1심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2013년 11월 13일 중앙선관위가 자진해 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공개한 사실마저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상고로 마지막 호소를 해 보았으나 대법원 제1부(대법관 김신, 박상옥, 이기택, 박정화)는’이유 없다’며 본안 심리조차 하지 않은 채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 대법원 판결로 18대 대선 투표지 이미지 파일 공개가 불가함은 물론, 각종 공직선거(대선, 총선, 지방선거) 때에 개표부정 의혹을 가진 선거인의 투표지 이미지 파일에 대한 정보공개도 힘들게 됐다. 다만 개표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및 신뢰성에 대한 의혹제기가 있을 때 중앙위원회가 판단하여 구·시·군 위원회에서(투표지 이미지 파일을) 공개할 수 있다”는 중앙선관위 주장은 그대로 유효하다.

즉 투표지 이미지 파일은 선거인이 정보공개청구로 받아볼 순 없지만, 중앙선관위가 예외적으로 공개가 필요하다는 자체 판단을 하면 공개할 수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과 규칙에는 투표지 이미지 파일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으므로 관련 법령을 갖추어 시비를 없애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정병진 기자 / naz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