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8대 박근혜 대선 선거무효소송 ‘재심’ 쟁점 논의 중

심리불속행기간 4개월 지나 “재판부 쟁점 논의 중”

▲ 제18대 대선 선거무효 재심사건 심리상황 ⓒ 정병진

대법원이 18대 대통령선거 무효확인의 소송 사건(2017재수88)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심리에 착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법원 특별2부는 지난 6일부터 이 사건에 대한 쟁점 논의에 착수하였다. 최근 국정원과 국방부 TF에 의해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 기무사, 군 사이버사령부 등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기관의 조직적 선거개입 사실이 속속 드러나 검찰의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대법원이 18대 대선무효 재심 사건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심리 진행 상황을 보면 대법원은 이 사건을 5월 26일 접수하였고 5월 31일 법리 검토에 착수하였으며 9월 27일로 심리불속행 기간이 도과하였다. ‘심리불속행 기간 도과’란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아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 수 있는 4개월의 기간이 지났음을 말한다.

이때부터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 수 없고 “전반적인 기록검토 등 본안 심리를 하여 판결로서 결정을 하여야” 한다. 실제로 대법원 특별2부는 지난 6일부터 해당 재심사건의 ‘쟁점에 관해 논의 중’임을 밝혔다.

재심 대상 사건인 ’18대 대통령선거 무효확인의 소송(2013수18)’은 2013년 1월 4일 김필원 씨 등 시민 6천여 명이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과 개표 부정 의혹 등을 사유로 대법원에 제기한 사건이다.

공직선거법은 이 같은 선거쟁송을 ‘180일 이내에 신속히 처리’하도록 규정한다(공직선거법 제225조).

하지만 대법원은 2013년 9월 26일 변론기일을 정했다가 피고 측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기일을 무기한 연기하였다. 이후 심리 한 차례 없이 2017년 4월 27일에 이르러서야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가 헌재의 탄핵심판으로 파면돼 원고들이 제18대 대통령선거의 무효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하였다.

이에 대표원고 두 사람은 2013수18 제18대 대통령 선거무효 재심소장을 대법원에 접수하였다.

소장을 살펴보면 재심 대상 본안사건(2013수 18)의 ‘각하’와 그 소송비용을 원고(선정당사자)들이 부담한다는 판결을 취소하고 비용 일체를 파고들(전 중앙선관위 위원장 김능환, 이인복, 현 중앙선관위원장 김용덕)과 대법원장(대법원전원합의체 재판장)이 부담하도록 요구한다.

재심 청구 취지에서는 “제18대 대통령선거는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관권 부정선거임이 확인, 증명되었으므로 원고의 법률상 이익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밝힌다. 또 대법원이 재심대상사건(2013수18)의 ‘각하’ 판결에서 인용한 ‘제19대 국회의원선거무효소송사건(비례대표)(2012수28)’의 판결 자체가 법리상 맞지 않는 불법 판결임을 지적한다.

실제 국정원, 국군 사이버사령부, 기무사 등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댓글 공작을 벌여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고 현재까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대법원은 원고들이 청구한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무효소송(2012수28)에 대한 2016년 7월 27일 선고에서 “제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제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되어” “원고들은 더 이상 2012. 4. 11. 실시된 제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의 무효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되었다”며 이 소송을 ‘각하’ 판결한 바 있다.

19대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4년의 임기를 다 마치기까지 심리 한 차례도 열지 않다가 임기가 종료되자 ‘법률상 이익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사건 판례를 들어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소송에 대해서도 ‘각하’하였기에 원고들은 ‘법리상 맞지 않는 불법판결’이라 주장한다.

선거쟁송의 경우, 공직선거법이 180일 이내 신속히 판결’하도록 규정함에도 대법원이 그 규정을 어긴 채 국회의원이 임기를 마치기까지 심리를 열지 않다가 ‘각하’ 판결을 한다는 건 법리에 맞지 않기에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대법원이 18대 대통령선거 무효확인의 소송 사건(2017재수88)에 대한 심리에 착수한 이상, 향후 인용이나 기각 판결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인용’ 판결이 난다면 박근혜 씨의 전직 대통령 지위가 박탈됨은 물론이고 박근혜 정권 당시 국무위원들과 박근혜 씨가 임명한 대법원장 및 대법관들의 자격이 상실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또 제18대 대선을 관리한 이명박 정부와 선관위도 그 무거운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다른 한편 ‘기각’ 판결이 나오더라도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 기무사 등 여러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 확인됐음에도 18대 대선이 적법하게 치러졌다고 인정하는 격이라 그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병진 기자 / naz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