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전자개표장치’ 영문명칭 오락가락. 전자개표기인가 분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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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지분류기 6.4 지방선거 당시 여수 개표소의 한 투표지분류기운영부ⓒ 정병진

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때 처음 도입해 지금까지 사용하는투표지분류기에 대한 영문 명칭을 두고 여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혼란을 낳고 있다.

 선관위는 영문 홈페이지에서는 투표지분류기를 ‘Optical scan counter’로 표기하면서도 이 기기를 도입할 당시인 2002년과 2006년 국제입찰 규격서에서는 투표지분류기 영문명을 ‘Ballot paper sorting machine’로 표기하였다.

 이 때문에 황영철 의원(당시 새누리당)은 지난 2013년 국감에서 선관위가 투표지분류기에 대한 영문 명칭을 두고도 이 같이 두 가지 형태로 표기해이 기기에 대한 정체성 인식에 혼란을 야기 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기자는 선관위가투표지분류기를 지금은 영문으로 어떻게 표기하는지 확인하고자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영문 홈페이지(http://www.nec.go.kr/engvote_2013/02_elections/01_12.jsp)에 접속해 보았다.

 선관위는 개표 절차를 안내하는 내용에서투표지분류기에 해당하는 영문명을 ‘Optical scan counter’라는 명칭을 여전히 사용하는 중이었다. 이를 직역 한다면광학검색계산기가 된다. 이는 투표지를 단순히 후보자별로 분류하는투표지분류기라기 보다는전자개표기의 성격이 더 강하다.

 이런 지적에 대해 중앙선관위 공보과 관계자는 지난 3 22해당 부서에 확인해 보니 그 부서에서도용어 선택에 좀 실수가 있었다 ‘Optical sorting & counting machine’으로 수정하겠다고 얘길 했다고 전해주었다.

 그럼 선관위는 이 명칭을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하느냐고 묻자, “우리말로는분류기. 분류(sorting)와 세는(counting) 기능의 기기이니투표지분류기로 보셔도 된다고 말하였다.

▲ 투표지분류기 영문 표기 중앙선관위 영문 홈페이지의 투표지분류기 설명 ⓒ 정병진

3월 23일 선관위 영문 홈페이지에 다시 접속해 보니 해당 기기 명칭을 “Optical Scan Ballot Sorting and Counting Machine”(광학적 투표지분류기)로 수정해 놓았다.

똑같은 기기를 두고 영문명이 ‘Ballot paper sorting machine,’ ‘Optical scan counter,’ ‘Optical sorting & counting machine,’ ‘Optical Scan Ballot Sorting and Counting Machine’ 등으로 계속 바뀌는 상황이다. 더욱이 현재 이 기기를 선관위에 납품하는 (주)미루시스템즈는 자사 영문 홈페이지에서 이 기기명을 ‘Ballot Read & Sorter Machine'(투표지 판독분류기)라고 표기한다.

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를 벌써 15년째 사용하면서도 왜 이처럼 영문명 하나 통일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걸까?

사실 영문명만은 아니다. 선관위는 해당 기기를 ‘투표지분류기’라고 공식 호칭하지만 일반 시민들 중에는 이 기기를 ‘전자개표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선관위가 이 기기를 도입할 당시 스스로 ‘전자개표기’ 혹은 ‘전산개표기’라는 명칭을 보도자료나 선거소식 등의 공문에 사용하였고 주요 언론들도 ‘전자개표기’라고 쓰면서 그렇게 알려진 것이다.

▲ 투표지분류기 6.4 지방선거 당시 여수개표소에서 투표지분류기 작업을 하는 장면 ⓒ 정병진

한편 중앙선관위 김용희 전 사무총장은 2014년 연합뉴스 ‘맹찬형의 시사터치’와의 인터뷰(11월 27일)나 국회 안행위(제343회)에 출석해 이 기기를 ‘전자개표기’라 호칭함으로써 선관위 내에서조차 이 기기 명칭에 대한 혼선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비상근 명예직에 해당하므로 사무총장은 사실상 선관위의 모든 실무를 책임지는 수장 격이다. 한데 중앙선관위 사무총장마저 ‘투표지분류기’를 ‘전자개표기’라 공공연히 호칭한 사실은 단순 실수만이 아니라 이 기기에 대한 선관위 내부의 혼선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투표지분류기’라는 명칭의 기기가 나오지 않는다. 다만 “개표사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투표지를 유·무효별 또는 후보자(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에서는 정당을 말한다)별로 구분하거나 계산에 필요한 기계장치 또는 전산조직을 이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제178조 ②)

이 법령은 투표지분류기의 정체를 놓고 벌어진 오랜 논란만큼이나 애매한 측면이 있다. 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를 개표사무를 보조하는 ‘단순 기계장치’라고 줄곧 말하지만, 이 기기에는 전산장비인 제어용 컴퓨터가 들어가기에 ‘전산조직’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선거방송tv(nec tv)이나 블로그 ‘정정당당 스토리’ 등을 통해 ‘투표지분류기’에 대한 홍보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이 기기의 영문명과 국문명을 놓고 아직까지 혼선을 빚고 있어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이에 대한 논란의 빌미를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병진 기자 / naz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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