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소송, 피고가 재판관이 돼 재판하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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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피고로 하여 선거소송을 제기하면 그 재판을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대법관이 하게 돼,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달 17일 인터넷카페 ‘제20대 총선 불법선거무효 소송인단 카페’ 회원 한산 씨는 ‘대법관의 각급 선거관리위원장 경력사항’을 카페에 올렸다. 이 자료는 그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것으로,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4인이 과거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경력이다.

한산 씨는 이 자료를 올리면서 “2002. 6. 13.일 제3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이후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업무를 수행한 법관은 선거소송에 들어올 수 없다”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경력을 지닌 대법관이 선거소송 재판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의 뜻을 밝혔다.

경력자료를 보면 대법원 대법관 14인 중 박보영 대법관과 박상옥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2인이 모두 과거나 현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이인복 대법관은 현재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2013.3.6.~현재).

선거무효소송과 대법관의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경력

대통령선거 선거무효소송은 피고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한다. 국회의원선거 선거무효소송은 해당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피고로 하여 대법원에 소를 제기한다.

그런데 대통령선거 소송의 피고인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대법원 대법관 중의 한 명으로 있고, 국회의원 선거 소송 역시 재판을 하게 될 대법관은 구시군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경력이 있다.

이러면 소송 당사자인 피고가 자신을 재판하는 셈이다. 대법관 스스로 ‘회피 신청’을 통해 이 소송에서 빠져야 한다. 재판부에 들어 있어도 소송 원고에 의해 ‘기피’ 대상이 된다. 결국, 현재로써는 선거무효소송 재판을 중립적 위치에서 진행할 수 있는 대법관은 없다고 봐야 한다.

18대 대통령선거 선거무효소송은 2013년 1월 4일 정당하게 대법원에 제기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대선무효소송을 3년 반이 넘도록 재판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대선무효소송에 여러 추가 원인이 추가돼 재판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2014년 11월 1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선거무효소송 재판 지연 사유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이 끝나야 선거무효소송 재판을 진행할 수 있어서 미뤄두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제225조에는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며,  수소법원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013년 1월 4일 제기된 18대 대통령선거 선거무효소송은 특별2부 재판부에 배당됐다.

대법원 재판부는 대법관 4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대법관 14명 중 선관위원회 위원장 경력이 없는 대법관은 두 명뿐이다. 선관위원장 경력이 없는 대법관으로는 재판부 구성조차 할 수가 없다.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판사’나 대법관이 역임해서는, 그 판사나 대법관이 선거소송의 피고가 되므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가 없다.

선거관리위원회법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시·도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은  정당이 추천한 사람과 지방법원장이 추천하는 법관 2인을 포함한 3인과 교육자 또는 학식과 덕망이 있는 자 중에서 3인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촉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법원의 판사가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시·도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은  법원 판사가 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대법원 대법관이 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절차에 이의가 있으면 선거를 한 다음에 소송 등 사법적 판단을 받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선거관리의 문제를 들어 대법원에 제소해도 ‘대선무효소송 등 일부 까다로운 소송에 대해 수소 법원은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다.

공직선거 관리 책임은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있다.  선거관리를 잘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경력이 있는 판사가 재판하는 식이다. 결국 자신이 한 잘못을 자신이 재판하는 셈이다.  그러니 “선거관리가 잘못됐다”라는 판결을 하리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다.

대통령선거 선거무효소송 재판은 대법관이 하게 된다. 그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대법관이 “대통령선거의 선거관리를 잘못했다”는 판결을 내릴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직선거 선거무효소송에 대해서는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재판부의 판사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재직 경력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송의 이해관계인이 아닌 중립적 위치에서 재판할 수 있다. 지금 대법원에는 이에 해당하는 대법관으로 선거무효소송 재판부를 구성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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