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 확인과 개표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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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상황표 확인

분류된 투표지 확인 + 미분류 투표지 개표 = 계(개표)

개표상황표는 공직선거법 제178조에 따라 공직선거관리규칙 제54호서식 항목으로 작성하는 공문서이다.  또 개표상황표는 기록된 후보자별 득표수 합계로 후보 당락을 결정 짖는 준 사법문서다.

개표상황표 상 득표수 합계는  ‘분류된 투표지 확인’ + ‘미분류 투표지 개표’로 낸다.

‘분류된 투표지 확인’은 투표지분류기라는 전자개표장치로 분류한 표를 뜻하고, ‘미분류 투표지 개표’란 그 투표지분류기로 구분하지 못한 투표지를 사람이 ‘개표’했다는 의미다.

투표지분류기로 분류했다는, ‘분류된 투표지 확인’은 개표인가? ‘확인’하는 것을 ‘개표’라고 할 수는 없다.

‘확인’을 ‘개표’라고 한다면 확인 이전 단계에 ‘개표를 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표해 놓은 것을 ‘확인’한다는 게 말이 된다.

그런데 투표지분류기로 분류한 투표지는 개표하는 게 아니다. 그냥 투표지를 후보자별로 구분해 놓는 절차에 불과하다. 만일 투표지분류기로 개표한다면 그건 전자개표를 하는 게 되므로, 공직선거 개표를 전자개표로 할 수 있는 법이 없는 지금은 불법적 개표가 된다.

우리나라 공직선거 개표는 전산조직에 의한 개표(전자개표)를 할 수가 없다. 사람이 개표해야 한다.

그러니 현재 미분류표를 개표하는 것처럼, 사람이 눈으로 투표지의 기표상태를 보고 손으로 한 장 한 장 후보자별로 구분해야 ‘개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로 개표상황표 상 ‘미분류 투표지 개표’는 개표가 맞다. 미분류표 개표는 투표구별 투표수의 5% 정도에 불과하다.

분류된 투표지는 전체 투표수의 95% 정도 되는데, 이 후보자별로 분류된 투표지는 심사계수기에 올려놓고 심사와 계수를 동시에 한다. 사람이 한장 한장 재구분하지는 않는다. 이미 투표지분류기 단계에서 후보자별로 구분해 놨으니 눈으로 한번 보는 것으로 개표심사를 마친다.

그러면 ‘분류된 투표지 확인’은  왜  ‘개표’라 하지 않고 ‘확인’이라고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개표상황표에 ‘분류된 투표지 확인’이라는 항목은 개표 정의에 맞지 않는다. ‘분류된 투표지 개표’라고 해야 옳다. 그래서 개표상황표 상  ‘분류된 투표지 개표’ + ‘미분류 투표지 개표’ 가 후보자별 득표수로 최종 합계되어야 한다.

확인 + 개표 = 계(개표)가 어떻게 될 수 있다는 말인지,

이 점에 관해 선관위에 물어봤다. 선관위 관계자는 십수 년 개표상황표를 그렇게 썼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이다. 즉 ‘분류된 투표지 확인’도 ‘개표’라고 한다. 그럼 왜 ‘분류된 투표지’는 확인으로, ‘미분류 투표지’는 개표로 개표상황표에 되어있느냐고 물어봤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확인’도 ‘개표’로 볼 수 있다는 말이 전부였다.

개표상황표에 ‘분류된 투표지 확인’과 ‘미분류 투표지 개표’라는 항목이 들어간 것은 2002년부터다.

개표상황표는 공직선거법 제178조에 의거 공직선거관리규칙 별지 제54호서식으로 규정돼있다. 그런데  2014년 2월 13일 개표상황표 서식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공직선거관리규칙 제54호서식에 ‘분류된 투표지 확인’이나 ‘미분류 투표지 개표’라는 항목이 없었다.

선관위은 ‘개표기’를 도입한 2002년부터 2014년 2월 13일 개정 전까지 12년 동안,  공직선거관리규칙 제54호서식 내용과 다른, ‘분류된 투표지 확인’과 ‘미분류 투표지 개표’라는 항목이 들어간 개표상황표를 사용했다.

2014년 2월 13일 이전 공직선거관리규칙 제54호서식에 따른 개표상황표에는 ‘개함 점검부’, ‘심사부’, ‘집계부’라는 항목만 있었다.

54호서식 개표상황표 주석 8에, “이 서식에 필요한 사항은 추가·변경하여 작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 관련 근거가 있어야 한다.

개표상황표에 ‘분류, 미분류’ 항목이 들어가게 된 근거는 2014년 1월 14일 공직선거법 제178조 2항이 신설되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개표사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투표지를 유·무효별 또는 후보자별로 구분하거나 계산에 필요한 기계장치 또는 전산조직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 기계를 사용하게 돼 ‘분류,미분류’란게 생기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상 개표를 보조하기 위한 전산조직을 이용할 수 있는 규정이 신설됐고, 이에 따라 공직선거관리규칙상 개표상황표 양식을 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분류, 미분류’ 항목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공식선거관리규칙은 공직선거법에서 위임된 사항과 선거의 관리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므로, 공직선거법상 근거가 없는 내용을 규칙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공직선거법 제178조 2항이 신설되기 전에,  개표상황표에 분류, 미분류 항목은 왜 넣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선관위는 2002년부터 ‘분류, 미분류’란 항목을 넣은 개표상황표를 만들었다.  선관위는 2002년에 ‘투표지분류기’를 ‘개표기’라 칭하며 도입했고,  이 ‘개표기’로 개표한 결과는 동시에 개표방송으로 내보낸다고 홍보했다. 이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전자개표기’인 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직선거 개표를 ‘전자개표’로 할 수 있는 법은 없다. 그래서 2002년 제16대 대선 개표는 전자개표를 했다며 선거무효소송(대법원 2003수26)이 제기됐다.

그 대선무효소송 재판을 거치면서 선관위는 ‘개표기’는 전자개표기가 아니고 단순히 후보자별로 투표지를 구분하는 기계장치에 불과하다고 주장을 펼쳤다. 분류기로 투표지를 분류한 뒤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을 거치면서 다시 사람이 다시 육안 확인심사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대법원은, 그렇다면 투표지분류기는 전자개표기가 아니고, 사람이 개표하는 것을 보조하기 위한 단순 기계장치로 본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즉, 이 개표기, 투표지분류기 단계는 개표하는 게 아니고 개표를 보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계장치라는 뜻이다.

선관위도 지금까지 이 분류기로 분류한 것은 개표가 아니고 이후 심사집계부 단계에서 모두 맨눈으로 확인심사를 거치는, 개표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공직선거법 제178조2항이 2014년 1월 14일 신설되고, 그 결과로 2014년 2월 13일 공직선거관리규칙 개표상황표 양식에 ‘분류, 미분류’ 항목을 넣어 개정하기 전까지,  공직선거관리규칙에도 없는 내용을 넣은 개표상황표를 10년 이상 사용했다는 점이다.

2014년 2월 13일 개정되기 전 공직선거관리규칙 제54호서식 개표상황표에는 ‘분류, 미분류’ 항목 자체가 없었다.

선관위는 2002년 개표기(전자개표기)를 도입할 때 만든 개표상황표 서식을,  공직선거관리규칙 별지 서식과도 다르게 만들어 2014년 2월 13일까지 계속 사용했다.

2002년 개표상황표에도 ‘분류된 투표지 확인’ + ‘미분류 투표지 개표’ = 계 ‘라고 돼 있었고,  ‘분류된 투표지 확인’은  ‘분류된 투표지 개표 ‘로 확대 해석돼 지금껏 사용됐다.

이런 개표상황표가 과연 적법한가?

지금까지 이런 ‘확인’이 ‘개표’로 인식되어 만든 개표상황표, 그런 개표상황표 누계로 당락이 결정된 선거 결과는 과연 유효한가?

개표상황표에 나타난 ‘확인’과 ‘개표’의 차이를 좀 더 명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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