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법에도 없는 계수기로 개표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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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계수기
시중에 판매되는 지폐계수기다. 선관위는 계수 속도를 늦춰 돌리면서 심사를 병행하겠다고 한다.

(분당 300장 개표 심사하는 데 사용하는 투표지 심사계수기) 

이번 4.13 총선 개표에 선관위는 ‘투표지심사계수기(심사계수기)’를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이 계수기를 공직선거 개표에 사용할 수 있는 관련 법규정이 없다. 법적 근거도 없는 기계장치를 공직선거 개표에 사용하는 셈이다.

11일 정병진 목사 (여수 솔샘교회)는 선관위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투표지심사계수기’ 관련 자료를 기자에게 제공해 주었다.

이 자료에서, 선관위는 ‘투표지심사계수기’를 도입하는 이유를 “심사집계부의 투표지 확인 과정과 관련하여 육안 심사에 의한 수개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논란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리고 심사계수기를공직선거법 제178조제2항에 따른 기계장치로 볼 수 없고, 도입 근거를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관리 규칙 제54조 내지 제56조에 따라, 편람을 발간할 수 있다는 규정’이라고 했다.

선관위가 2016년도에 배포한 절차사무편람 742페이지에도 ‘투표지심사계수기 사용에 대한 업무처리’에 관한 내용이 있다. 공직선거 개표에 지폐계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다. 이번에 도입하겠다는 ‘투표지심사계수기’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계수 속도를 늦춘 것뿐이다. 투표지를 천천히 계수하면서 육안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계수기를 개표에 도입한 근거는 공직선거관리규칙 제99조 ③항(1994.5.28일 제정)인데, ‘구·시·군 위원회는 개표에 있어서 투표지를 계산하거나 검산할 때에는 계수기 또는 전산조직을 이용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다. 이 규칙 조항은 수차례 개정을 거듭하다 2014년 1월 17일 공직선거법 제178조 2항이 신설되면서 삭제되었다. 그러니 ‘계수기’를 개표에 사용할 수 있는 관련 근거도 사라졌다. 선관위가 제99조 3항을 제99조3항을 삭제하고 공직선거법 제178조 2항으로 규칙 조항을 바꿔 신설하게 된 이유는 소위 ‘투표지분류기’를 개표에 사용하기 위함이다.

공직선거법 제178조 2항은 ‘개표사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투표지를 후보자별로 구분하거나 계산에 필요한 기계장치 또는 전산조직을 이용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 상 ‘전자개표’를 할 수 없다. 결국 투표지분류기나 다른 기계장치를  이 법 제178조2항에 따라 사용하게 되면 ‘보조적으로’이라는 의미에 걸려 이후 사람이 육안으로 투표지 확인과 심사를 거쳐야 된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결국 ‘전자개표’를 하는 것이 되고, 그러면 개표부정이 된다.

이번에 도입하려는 ‘투표지심사계수기’도 투표지분류기로 분류한 투표지를 이후 육안확인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도이다. 그런데 ‘심사계수기’의 도입 근거를 공직선거제 178조 2항에 따른 것이라고 하면, 심사계수기로 계수를 한 투표지를 다시 사람이 확인 심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인지 선관위는 ‘심사계수기’ 사용 근거를 공직선거제178조2항이 아닌, 선관위 절차사무편람 제정권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투표지심사계수기’를 개표 절차에 사용하면 공직선거법에 근거하지 않은, 공직선거관리규칙에서 근거하지 않는 불법 기계장치를 도입해 공직선거 개표를 하는 셈이 된다.

투표지심사계수기의 계수 속도도 문제다. 

선관위는 심사계수기로 분당 200여 장의 투표지를 계수하면서 육안 심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속도라면 1초에 투표지 3 장의 기표상태를 봐야 한다. 계수기를 사용해 일정한 방향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투표지 중에서 혼표나 무효표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심사계수기 개표사무원들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안된다.

이렇게 계수기를 돌리며 눈으로 보는 것을 ‘개표한다’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사람이 개표를 한다면 투표지의 기표 상태를 보고 후보자 별로 구분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심사계수기는 그저 빠르게 돌아가는 계수기를 보기만 할 뿐이다.

투표지심사계수기는 개표참관을 어렵게 한다. 

공직선거법에는 “개표참관인으로 하여금 개표소 안에서 개표상황을 참관하게 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공직선거제 181조1항)
투표지심사계수기 관련 선관위 절차사무편람을 보면 심사집계부 1개 반에 심사계수기 3대를 놓도록 되어있다. 서울지역 각 선관위 개표소에는 심사집계부가 10여 반이 넘는다.

개표소 별로 30대가 넘는 심사계수기를 배치하고 개표를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정당 후보에게 배정된 ‘개표참관인은 6명에 불과하다. 이 6명의 개표참관인이 무슨 수로  30대가 넘는 계수기로 1초에 3장씩 개표하는 것을 참관할 수 있겠는가. 현행 개표 방식은 공직선거법으로도 정해진 ‘개표참관’이 불가능한 상태로 진행되는 구조다.

이번 4.13 국회의원 선거 개표에 도입하겠다는 ‘투표지심사계수기’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불법기계라는 지적을 선관위가 피하기는 어렵다. 개표할 때 계수기를 사용하려면 먼저 사람이 투표지를 확인심사와 구분을 한 뒤에 개표 결과를 검산하는 용도에 한해서 써야 한다.심사계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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