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개표참관인은 부정선거 들러리인가

거제 대선 개표소넓은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은 수백명이 붙어 개표를 진행하는데 후보 측 개표참관인 6명으로 개표절차 상 오류를 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공직선거 개표를 할 때에는 개표참관인으로 하여금 개표상황을 참관하게 하여야 한다(공직선거법 제181조). 그런데 개표를 한 장소에 모아서 하는 ‘집중 개표’를 하면서 개표 참관을 소수의 인원이 규정대로 한다는건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개표참관인은 정당 후보에게는 6명, 무소속은 3명이 할당된다. 이번 4.13 총선에는 지역 유권자도 후보측 참관인 합계의 20% 이내에서 추가될 수 있다.

선거구별로 후보자가 4명(정당 후보 2명, 무소속 2명)이면 후보 측 참관인은 18명이고, 지역참관인 4명이 추가되어 전체 참관인은 22명 정도가 된다.

그런데 전체 개표참관인 수가 아무리 많아도 후보자 측 개표참관인은 6명 이내다. 다른 후보 참관인들은 그들을 보낸 후보자 표를 참관해야해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현재와 같은 식으로 개표를 하게 되면 참관인 없이 개표하는, ‘개표참관 불능’ 에 놓이게 된다.

수십만 매 투표지를 넓은 개표소에서 나눠 개표’를 하면서 후보 측 참관인 6명으로 하여금 개표소 전체를 참관하게 하는건 처음부터 무리다. 개표는 여러 단계로 수백명의 개표사무원이 나눠 빠르게 진행하기 때문에 동시에 참관할 수 없게 된다.

2016년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 중 ‘개표소 설비도’를 보면 투표지분류기를 9대를 놓고 개표를 할 때 각 단계별로 개표사무원 숫자를 표시해 놓았다.

개함정리부 9곳(개표사무원 117명), 투표지분류기 9대(개표사무원 54명), 심사집계부 9반(개표사무원 63명), 개표상황표 확인석 3곳(6명), 위원검열석 8명, 기록보고석 1곳, 봉함 1곳 등 개표는 8단계로 나눠 진행하고, 개표사무원 수는 약250명에 이른다.

개표참관은 불가능하다

▲ 공직선거 절차사무편람 사무편람 ‘개표소 설비도’를 보면 각 개표진행단계와 개표사무원 숫자가 나와있다.

개표참관’을 하면서 참관인은 투표용지를 직접 만져보면서 확인할 수 없게 해 놨다. 오직 눈으로 개표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개표 오류 여부를 찾아 바로잡아야 한다.

개표참관인 6명이 돌아다니며 수백명이 나눠 진행하는 개표를 살피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 개표참관인 입회 없이 개표사무원들이 개표를 진행한다.

기자는 2014년 6.4 지방선거, 7.30 재보궐선거, 2015년 4.28 재보궐선거, 그리고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개표영상을 입수해 개표참관인들의 참관 모습을 살펴봤다.

개표를 진행하면서 한 투표구의 투표함을 개함한 뒤 위원장이 득표수를 공표할 때까지 개표참관인이 곁에 붙어서 참관하는 경우는 없었다.  또 투표지분류기로 투표지를 분류한 이후 심사집계부와 위원검열 단계까지 따라가며 개표진행을 참관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개표의 한 단계를 잠깐 지켜보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 보는 식으로 참관을 한다.

참관인들은 ‘투표지분류기’ 곁에서 분류기 작동 모습을 지켜보거나 심사집계부 주위를 배회하는 정도였다. 개표소 내 모든 분류기나 심사집계부를 보는 게 아니고 참관인 발길 닫는 대로 스치며 불특정 하게 봤다.

참관인들은 개표가 진행되는 수 시간 동안 개표오류를 발견해내지 못하고 서성거린다.  의자에 앉아 시간 때우기 식으로 참관을 하다 개표 도중에 사라진다. 개표참관인이 참관을 하지 않아도 개표사무원들은 분류기를 돌리고, 개표상황표는 계속 공표된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때 개표참관인을 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후보자를 낸 정당에서 개표 참관에 대한 사전교육은 없었고, 지역위원회로부터 연락을 받고 개표소에 간 것이고, 어떤 사항을 중점적으로 참관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정당이 개표참관인 제도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말이다.

개표참관인 제도가 이렇게 형식적이다 보니 참관인이 개표 과정상의 결정적 오류를 발견한 사례도 없다.  참관인이 개표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선관위는 “개표는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런데 개표를 잘못해 후보별 득표수가 증감되었거나 후보별로 구분해 놓은 투표지 속에 다른 후보의 표가 섞여있는 경우는 여러 차례 드러났다.  선관위가 밝힌 이런 사례들은 모두 개표참관인들이 발견해내지 못한 일들이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는 한나라당이 제기한 당선무효소송으로 인해 2003년 1월 27일 244개 개표소 중 80여 곳에서 1104만9311표를 재검표 했다. 그 결과 노무현 후보는 816표가 줄었고 이회창 후보는 88표 늘어났다. 후보별로 구분해놓은 투표지 속에 다른 후보의 표가 섞여있었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때도 개표가 잘못된 경우가 여러 건 나왔다. 서울 양천구선관위 목3동 제4투표구의 박근혜후보 득표수는 실제 1159표인데 개표상황표에는 1245매로, 86매를 증가시켜 공표했다. 반면 문재인후보는 1631매인데 1545표로, 86매를 줄여 발표한 사실이 확인됐다.

선관위는 자체 조사를 벌여 93개 투표구의 개표 결과가 불일치하다고 발표했다. 투표수가 1~2표 차이가 나는 곳이 84개 투표구이고, 3~5표 차이가 나는 곳이 5곳, 10표 이상 차이가 나는 투표구가 4곳이라고 밝혔다.

공직선거의 개표 결과가 이렇게 잘못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현재처럼 개표소에서 오류를 발견할 수 없는 식으로 ‘개표참관인’ 제도가 운영되는 건 잘못되었다.

이런 개표참관인 제도의 문제점에 관해 선관위에 질의했다. 중앙선관위 선거국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표참관인 제도는 ‘개표진행을 참관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지 개표참관을 제대로 하고 안 하고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는 답변을 한다.

개표참관인이 참관하지 않고 진행된 개표의 효력에 대해서는 “개표참관인 없이 개표를 했을 때 그 효력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만일 개표참관을 못한 이유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면 선거쟁송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법원의 판단 전에는 “개표참관인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개표가 진행했다고 해서 그 개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거나 그렇게 볼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개표참관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참관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