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분류기로 분류, 집계 개표상황표마져 출력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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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동하는 분류기로 분류, 집계 및 개표상황표를 출력한다

이번 4.13 국회의원 선거 개표 때에도 후보별 득표수를 기록하는 개표상황표는 투표지분류기(분류기)로 출력한다. 분류기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투표지를 후보자별로 분류하고 집계도 하기 때문에 개표상황표를 출력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현 공직선거법 상 개표를 ‘전자개표’로 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선관위도 ‘개표사무를 ‘보조’하기 위하여 투표지를 유·무효별 또는 후보자별로 구분하거나 계산에 필요한 기계장치 또는 전산조직을 이용할 수 있다’라는 공직선거법 제178조 제2항 규정을 들어 분류기를 보조적으로 사용할 뿐 전자개표는 아니라고 한다.

‘공직선거 개표에 있어 ‘개표상황표’를 언제 작성해야 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개표상황표’는 공진선거법 제178조 제3항과 제5항 규정에 따라 작성되는 개표의 주요 문서인데 언제 만들어야 되는지에 관한 규정은 따로 없다.

공직선거 후보 당락을 결정짓는 개표상황표를 작성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투표지를 분류 집계도 하는 분류기에서 ‘개표상황표’도 출력하는 문제라는 지적이 그동안 많이 있었다.

지난 2013년 10월 13일 황영철 국회의원(새누리당, 안전행정위원회)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거론하면서, “분류 이후 개표결과 출력(개표상황표)을 금해 개표결과에 대한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종식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개표상황표)출력 이후 수개표로 사후확인이 반드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개표편의를 위해 선 출력되는 부분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황 의원이 말하는 것처럼 “(개표상황표) 출력 이후 수개표로 사후확인이 반드시 이루어진다면 별문제는 없다. 하지만 현실은 분류기 이후 수개표를 생략하거나 약식으로 하고 있다.

지역선관위의 20여 만 표가 넘는 투표지를 한 곳에 모아 집중식 개표를 하면서 규정대로 수개표를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동안 개표 현장에 가보거나 선관위 공개한 개표소 영상을 보았을 때 분류기로 분류한 뒤 선거구의 모든 투표수를 한 장 한 장 육안으로 수개표 하는 경우를 볼 수 없었다.

분류기는 투표지의 기표 상태를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유효표(유효투표수)와 미분류표를 빠르게 구분한다. 분류기를 사용한 개표에서 ‘미분류표’는 전체 투표수의 약 5% 정도 발생한다. 분류기가 유효하다고 후보별로 분류한 표는 약95% 정도가 된다. 투표구 별 투표수가 2천여 장이라면 약 백여 매의 미분류표가 나온다.

심사집계부에서는 이 5% 정도 되는 ‘미분류표’에 대해서는 수개표 한다. 수개표를 거쳐 유효하다고 심사된 표는 분류기에서 ‘유효투표수’ 구분된 표에 후보별 최종 득표수에 더해 개표상황표에 기록한다.

분류기로 ‘유효투표수’로 구분된 투표수를 심사집계부에서 수개표를 거쳐 재분류를 하지는 않는다. 투표지 다발을 들고 휘리릭 훑어보거나 매수 확인을 하는 정도로 심사를 진행한다.

현 공직선거법 규정에 의하면 분류기로 분류한 ‘유효투표수’나 ‘미분류표’는 모두 심사집계부에서 수개표를 해야 한다. 그리고 개표상황표를 공표하기 전에 출석위원 전원은 투표수를 검열해야 한다. 투표수 검열은 후보자별로 구분된 투표지 속에 혼표나 무효표가 섞여있는지 육안 검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심사집계부에서 분류기로 분류한 ‘유효투표수’에 대하여 수개표를 규정대로 하지 않으면 결국 컴퓨터 전산기기인 분류기로 분류한 개표 결과가 개표상황표로 확정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심사집계부에서 개표상황표를 작성하게 되면 수개표 문제는 해결된다. 분류기는 투표지를 후보자별로 단순 구분해 심사집계부로 넘기고, 심사집계부에서 수개표 한 뒤 개표상황표를 수기로 작성하면 된다.

심사집계부에서 개표상황표를 작성하는 데 절차 상 문제는 없다. 선관위에서는 바꾸려고만 들면 바꿀 수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 개표 때부터 개표상황표의 오류를 방지하겠다며 ‘개표상황표 점검확인부’를 넣어 운영하는 등 이 문제는 법개정을 하지 않고 시행할 수도 있다. 이미 부재자투표와 재외선거의 개표는 분류기를 쓰지 않고 수개표를 한 뒤 개표상황표에 수기로 개표결과를 적었다.

컴퓨터로 제어하는 분류기에서 개표상황표까지 출력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중앙선관위 선거국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투표지분류기로 개표상황표를 출력해도 되는 법적인 근거는 없지만 모든 일을 법에 근거해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앞으로 분류기로 유효하다고 구분된 ‘유효투표수’도 심사집계부에서 잘못된 것이 발견되면 분류기를 다시 돌려 재확인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가는 계수기’를 도입해 육안심사를 진행하겠다.”

그러면서 분류기에서 개표상황표를 출력하는건 바꾸기 어렵다며 이번 4.13 국회의원 선거 개표상황표도 분류기로 출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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